역수책(易數策)

 

이 글은 율곡이 29세(명종 19년) 때 대과(大科)에 장원 급제한 글로써, 변전(變轉)하는 역(易)의 수(數)에 대한 책문(策問)과 대책(對策)이다.

문(問)

선비가 한 물건의 이치를 끝까지 연구하지 못하는 것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하물며 천지의 큼과 상수(象數)194)의 변화이겠는가?

태초에는 혼돈(混沌)195)이 분리되지 않아 원기가 묘망(渺茫)하였으나, 천지가 개벽됨에 만상이 거기에 매이게 되었다. 그 합벽(闔闢)196)은 누가 주장하는 것일까?

복희(伏羲)가 으뜸으로 뛰어나 천문을 우러러 보고 지리를 굽어살피며 하도(河圖)197)가 나오자 비로소 팔괘198)를 그었으니 만약 하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팔괘는 끝내 그어질 수 없었겠는가?

전성(前聖)과 후성(後聖)은 길이 같고 고도(古道)와 금도(今道)는 일치가 된다. 낙서199)가 나타나자 대우(大禹)가 이를 법 받아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차서를 나열하였다. 두 성인의 소견은 무엇에 의거하였기에 번다하고 간소한 차이가 있는가? 아니면 거기에 은미한 뜻이 있는 것인가?

하도와 낙서가 위치가 서로 바뀌고 생극(生克)이 바뀌어 기우(奇우 : 음수, 양수)의 수가 크게 서로 다른 것은 하늘이 사람에게 보여주신 뜻이 전후에 다름이 있어서인가?

문왕(文王) · 주공(周公) · 공자(孔子)에 이르러 괘의 이치를 미루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지어서 책(策)으로 만들고 다시 연역(衍繹)하여 십익(十翼)을 붙이자 역(易)의 도가 크게 세상에 드러났다. 만일 세 성인이 아니었다면 팔괘와 오복의 용(用)이 변전(變轉)하지 못하고 64괘가 끝내 이뤄지지 않았겠는가?

천지 만물의 실정은 무궁하고 64괘의 변화는 한계가 있는데 성인은 이르기를, "비록 귀신이라 하더라도 그 정상을 숨길 수 없다."고 하였으니, 한계가 있는 변화로써 무궁한 실정을 다하려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시서(蓍筮)는 잘못 맞추고 귀복(龜卜)은 잘 맞추는 장단점이 있으나200) 모두가 밝게 길흉을 고해주는 것이니, 성인의 뜻은 반드시 사람마다 행동거지를 한결같이 귀복과 시서에 따르게 하고자 하여 그런 것인가?

진(秦) · 한(漢)이하로는 역도(易道)가 멸절(滅絶)하여 양웅(揚雄)201) · 곽박(郭璞)202) · 순풍(淳風)203) · 일행(一行)204)의 무리가 어지럽게 번갈아 일어나서 서로 잘한다고 다투었으니, 과연 그들이 역을 그은 유의(遺意)에 도움이 있었던가?

낙양(洛陽)의 소자(邵子: 이름은 옹(雍), 호는 강절(康節)임)는 학문이 하늘과 사람을 모두 구명하여 옛 성인이 발명하지 못한 것을 발명해 가지고 방도(方圖)와 원도(圓圖)를 만들었느데 그것은 무엇을 본받아 그렇게 하였는가? 그리고 원도 가운데서 반드시 구괘(구卦)를 건괘(乾卦)의 뒤에 놓고, 복괘(復卦)를 곤괘(坤卦)의 뒤에 놓은 것은 무슨 뜻인가?

천지교(天津橋) 위에서 두견새가 우는 소리를 듣고서 소인이 권세를 잡을 줄 알았고, 마른 나뭇가지가 까닭 없이 스스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서 원부(元夫)205)라는 목수가 와서 벌목할 줄을 알았으니, 이는 성인이「역」을 만들 때 천년 후에 있을 장석(匠石)의 이름과 수유(수儒)의 화란을 미리 알고서 그렇게 한 것인가?

정자와 주자 두 현인이 희경(羲經: 역을 이름. 복희가 지었기 때문에 이르는 말)에 전(傳: 정전을 이름)과 본의(本義: 주자가 낸 것)를 달았는데 혹 그 주석의 말이 서로 같지 않으니 어떤 것이 잘되고 어떤 것은 잘못된 것인가?

요즘 옥당(玉堂)의 선비를 뽑아 전업(專業)해서 역을 배우며 돌려가며 강론하게 하고 있으니, 만약 이들로 하여금 결정정미(潔淨精微)한 뜻을 연구하게 한다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있고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의 학문을 하지 않아도 괜찮겠는가?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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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

194) 상은 천지 만물이 모두 각자 가진 상을 이름이고, 수는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4상(象)을, 4상이 8괘를, 8괘가 64괘를 낳는 유로서 끝없이 생생(生生)하는 것을 이름이다.

195) 천지가 개벽되기 전에 원기(元氣)가 나뉘어지지 않고 한데 엉켜 있는 모양인데, 곧 개벽이전을 이르는 말이다.

196) 합은 폐(閉)·정(靜)의 뜻이고 벽은 개(開)·동(動)의 뜻인데, 천지의 폐합(閉闔) 개벽(開闢)과 만물의 생육(生育) 사멸(死滅)을 이르는 말이다.

197) 복희(伏羲) 때에 황하(黃河)에서 용마(龍馬)가 등에 지고 나왔다는 그림. 복희는 이를 보고 8괘를 그었다 한다.

198) 복희가 그린 것은 건·태·이·진·손·감·간·곤(乾兌離震巽坎艮坤)의 여덟 괘이니 이 팔괘가 소성괘(小成卦)이고 팔괘의 뒤에 다시 각각 팔괘를 가하면 64괘의 대성괘를 이룬다.

199) 우(禹)가 홍수를 다스릴 때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의 등에 있었다고 하는 45개의 점으로 된 무늬. 우는 이것을 보고 홍범 구주(洪範九疇)를 만들었다 한다.

200) 서단귀장(筮短龜長)이라고도 한다. 귀복이 잘 맞고 시초점은 그보다 덜 맞는다는 말이다.

201) 한(漢)나라 성제(成帝) 때 사람. 「태현경(太玄經)」「양자법언(揭子法言)」등의 저서가 있다.

202) 동진(東晋)사람으로 자는 경순(景純), 박학고재로 그의 사부는 동진 제1이었다고 한다. 오행 천문 복서(五行天文卜筮)에 통달하였고, 이아(爾雅) 산해경(山海經) 초사(楚辭)등을 주석 하였으며, 또 동림(洞林) 신림(新林)등 복서서를 저술하였다.

203) 당나라 사람으로 역산(曆算)에 밝았다 한다. 정관(貞觀)초에 태사령(太史令)이 되고 혼천의(渾天儀)를 제작하였다. 기사점(己巳占)등의 저서가 있다.

204) 당나라 중으로 밀교의 개조이다.

205) 강절은 마른 가지가 저절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화택규괘(火澤<규0x58CD>卦)의 구사효(九四爻)를 후천의 우물성괘법(寓物成卦法)에 의하여 연득(演得)하였다. 그 효사에 원부를 만난다는 말이 있는데 효사의 의미는 규고(<<규0x58CD>0x58CD>孤)한 중에 동덕(同德)의 선인을 만나 무구(無咎)하게 된다는 것으로 어려운 속에서도 동지의 구원을 받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여기서는 흉징(凶徵)에 대한 것이므로 벌목의 불길로 말한 것이다. 《규九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