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에 대한 책문(壽夭策)

 

문(問)

수(壽: 오래 삶) · 요(夭: 일찍 죽음)의 설은 세 가지가 있으니, 수(數) · 기(氣) · 이(理)일 뿐이다.

천지는 운(運)으로, 사람은 세(世)로 세는 것이 수(數)의 정해진 것인데 혹은 백세나 90세를 살기까지도 하고, 혹은 50세 미만이나 20세 미만을 살고 가는 이도 있으니, 사람은 일정한 수명이 없는 것이다. 수(數)의 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상고시대에는 기질이 순박하여 백성들이 장수를 하고, 중고시대 이후로는 기질이 부박하여 백성들이 요사(夭死: 일찍 죽음)를 한 것은 기가 정해진 것인데, 상고시대에도 요사한 사람이 없지 않았고 지금 세상에도 더러 장수(長壽: 오래 삶)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로 보면 기는 고금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기(氣)의 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어진 사람은 장수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요사한다는 것이 정해진 이치인데, 안자(顔子) 같이 어진 분은 도리어 단명하고63) 도척(盜蹠) 같이 어질지 못한 자는 도리어 장수를 했으니64) 이(理)의 설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무릇이 이(理)가 있으면 곧 기(氣)가 있고, 기(氣)가 있으면 수(數)가 있는 법이니, 세 가지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데도 도리어 서로 어그러지니, 이와 같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니면 각기 작용하여 서로 통하지 않는 것인가?

군자는 이 세가지에 있어서 장차 어떤 것을 취할 것인가? 만약 죽고 사는 것이 명(命)이 있어서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약을 복용하는 것이나 푸닥거리하는 일 따위는 과연 모조리 폐기해야 할 것인가?

주공(周公)이 무일(無逸)을 짓고65) 한유(韓愈)가 불골(佛骨)을 논하면서66) 꼭 제왕들이 누린 수명의 장단을 들먹여 그 임금을 경계한 것은 무슨 뜻인가?

그러니 우리 백성들로 하여금 인수(仁壽)를 누릴 수 있는 영역에 들게 하려면 그 방법을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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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

63) 안자는 춘추시대 노(魯)나라 사람으로 이름은 회(回), 자는 자연(子淵), 그는 공자의 제자로서 자질이 명민하고 학문을 좋하하였으며, 공문(孔門)의 덕행과(德行科)에 속하여 제자중에서 가장 어질었는데, 나이 29에 모발이 다 희었고 32세에 죽었다. 《史記六十七》

64) 도척은 춘추시대 노나라 유하혜(柳下惠)의 아우로 큰 도적임. 그는 9천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횡행천하하면서도 남의 마소를 몰아가고 남의 부녀를 빼앗고 제후들을 침포하는 등 온갖 악행을 하였으나 제 수명대로 살다가 죽었다. 《史記 伯夷傳正義, 莊子》

65) 주 성왕(周成王)이 어린 아이로 왕위에 오르자, 주공은 그가 안일을 좋아할까 염려하여, 군자는 안일함이 없어야 된다는 내용으로 경계하였으니, 그 글이 '무일(無逸)'이란 편명으로 서경에 실려있다.

66) 당 헌종(唐憲宗)이 불법(佛法)을 숭상하여 불골(佛骨)을 궁중으로 맞아들이자. 당시 형부시랑(刑部侍郞)으로 있던 한 유는 중국고대 제왕의 정치 실상을 거론하여 논불골표(論佛骨表)를 올렸다. 이 논불골표는 명문으로 꼽혀서 당송팔가문 《唐宋八家文》에도 실려있다.

 

(이 글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온 '율곡전서'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