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를 보호하는 데 대한 설(護松說)

 

이 글은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 있는 임경당(臨鏡堂) 주변에 소나무를 잘 가꾸는 김 열(金說)이란 사람의 부탁으로 율곡이 지어 준 것이다. 임경당은 김 열의 별당건축으로 그의 아호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그 내용은 소나무를 보호하는 데 대한 것으로, 가업을 이루기는 어렵고 무너뜨리기는 쉬운 것임을 비유를 통해 잘 밝혀주고 있다.

 임경당 뒷산 소나무

 김 군(金君) 열(說)은 정산(鼎山) 아래에 살고 있다. 집의 주위를 빙 둘러 소나무를 심었는데, 맑은 그늘이 널리 퍼져 수백묘(數百苗)나 될 성싶다.

김군이 이를 가리키면서 나더러 말하기를,

 "이는 우리 선인께서 손수 심으신 것이지요.

우리 형제가 모두 여기에 집 지어 살고 이 소나무로 울타리를 삼았으니, 소나무를 보면 어버이를 사모하는 정이 스스로 그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세대가 멀어지고 전승(傳承)이 없어지면 도끼를 대어 베는 일을 면할 수 없을까 두려워하여 그대의 몇 마디 말을 얻어서 가묘(家廟)의 벽 위에 걸어 자손에게 보이려 하오."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말이 어찌 보탬이 될 수 있겠오, 그대의 아들이 그대의 뜻을 알고 그대의 손자가 그대 아들의 뜻을 알아 멀리 백세까지 이르더라도 뜻으로써 서로 전하면 반드시 영원토록 민멸(泯滅)하지 않겠지요.

만약 당구(當構)를 실추하지 않게 하여 효제(孝悌)를 일으키면 조선(祖先)의 물건에 대하여 아무리 도막난 지팡이나 헤어진 신짝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또한 귀중하게 간수하여 공경함을 일으킬 것인데, 하물며 손수 심으신 집 주변의 수목이겠오.

만약 혹시 교육이 잘못되어 양심이 곡망(梏亡)하면 그 부모 보기를 또한 진월(秦越)처럼 할 것이니, 하물며 문밖의 식물쯤이겠오. 말로써 가르치는 것은 몸으로써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고 글로써 전하는 것은 뜻으로써 전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 말이 어찌 보탬이 될 수 있겠오."

 하였다.

임경당김군은 말하기를,

 "그대의 이 말은 그러하거니와 다만 사람이 갖추고 있는 인·의·예·지의 본성은 하늘에서 얻은 것인데, 이것을 완전히 확충하는 사람도 진실로 적지만 이것을 아주 끊어버리는 사람도 또한 드물지요.

보통사람의 성품이란 경계하여 주면 양심을 발하고 경계하여 주지 않으면 어두우니 나는 보통 사람을 경계 계발시켜 어둡지 않게 하려는 것일 뿐이요.

저들 그 마음을 곡망하고 부모를 진월같이 대하는 자는 금수일 뿐이니 내가 비록 효제로써 자손에게 기대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또한 보통사람으로써 기대할 수야 없겠오.

자손들도 또한 마음이 있으니 어찌 금수로써 자처하는 데까지야 이르겠오.

아마 그들도 이 말에 감발하는 것이 있겠지요."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훌륭하오. 이 말씀이여!

이것으로써 자손에게 훈계를 전해주면 충분하겠오.

아버지가 돌아가심에 그 서책을 차마 읽지 못하는 것은 손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심에 그 배권(杯圈:채그릇이나 목기 따위)으로 감히 먹지 못하는 것은 입김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72) 하물며 덮여져 있는 소나무는 재배한 손안에서 나왔음에랴.

비와 이슬로 적셔져 자랐고 서리와 눈으로 다져져 견실하게 되었으니, 잠깐만 눈에 지나쳐도 감회를 일으키어 출척(출척)하고 처창(悽愴)73)하여 비록 한 가지 한 잎의 작은 것이라도 늠연(凜然 :삼가고 두려워하는 모양)히 오히려 상해(傷害)될까 두려워할 터인데, 더구나 가지나 줄기를 범할 수야 있겠오.

진실로 금수의 마음을 갖은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경계할 줄을 알 것이니, 그대는 면할 수 있겠지요."

 하였다.

나는 이것으로 인하여 느낀 것이 있으니, 대저 선조가 고생과 노력을 축적하여 반드시 한 세대로써 기약하여야 비로소 가업을 이루는 것인데, 자손이 불초하면 무너뜨림의 빠름이 한 해를 다 기다릴 것도 없을 것이오.

이 소나무도 북돋아 심은 지 수십 년을 기다려서야 비로소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인데 도끼로 벤다면 하루아침에 다 없어질 것이니, 어찌 이와 같은 것이 가업을 이루기는 어렵고 파괴하기는 쉬운 것과 같은 것이 아니겠오.

아! 이것이 내가 느낌이 있는 까닭이라오.

 

< 주 >

69) 「서경」 대고(大고)에 보이는 말, 아들이 아버지의 설계를 따라 터를 닦고 집을 짓는다는 말이니, 부조(父祖)의 업을 계승 성취한다는 뜻이다. 70) 양심은 하늘에서 받은 본연대로의 어진 마음이다. 곡망의 곡(梏)은 수갑 따위를 이르니, 구속된 사람이 자유로이 움직일 수 없게 하는 것이고 망(亡)은 잃는 것이니, 물욕이 양심을 해쳐 발생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다.

71) 춘추시대의 두 나라 이름이니, 진은 서북방에 있고 월은 동남방에 있어 서로 떨어져 전연 교섭이 없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72) 「예기(禮記)」 옥조(玉藻)편에 "父沒而不能讀父之書 手澤存焉 母沒而不能飮杯圈 口澤之氣存焉爾"라고 보인다.

73) 「예기」 제의(祭儀)편에 "가을에 서리와 찬이슬이 내리면 군자가 이것을 밟고 부모를 사모하여 슬픈 마음을 일으키고, 봄이 되어 비와 이슬이 내려 만물을 적시어 주면 군자가 이것을 밟고 부모 생각이 펄적 나 경동(驚動)한다"고 하였다. 처창은 비상(悲傷)하는 모양이고 출척은 경동하는 모양이다.

 

(이 글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온 '율곡전서'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