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복례(克己復禮)에 대한 설

 

이 글은 율곡이 47세(1582, 선조 15) 10월에 지은 것이다. 작자는 이해 9월에 우참찬(右參贊)에서 의정부 우찬성(議政府右贊成)에 임명되었고, 10월에는 명(明)의 조사(詔使)를 대접하는 빈사(檳使) 즉 원접사(遠接使)의 명을 받고서 이 글을 지어 보여주니 정사(正使) 황 홍헌(黃洪憲)과 부사(副使) 왕 경민(王敬民)은 대여섯 번이나 반복해 음미하고 나서 이 이론이 매우 좋으니 돌아가 중국 조정에 전포(傳布)하겠다고 하였다 한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인(仁)이란 본심의 전덕(本心之全德)39)이요, 예(禮)는 천리의 절문(天理之節文)40)이요, 기(己)41)란 일신의 사욕(一身之私欲)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 본심을 갖추고 있지 않음이 없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仁)하지 못한 까닭은 사욕이 있어 그것을 가로막는 데 연유한 것입니다.

 사욕을 제거하고자 할진대 모름지기 몸과 마음을 정리(整理)42)하여 한결같이 예에 따라야 하니 그렇게 한 뒤에야 자신의 사욕을 극복할 수 있으며 예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의 · 예 · 지(義禮智)가 다같이 천리인데도 유독 예(禮)만을 들어 말한 것은, 예는 몸과 마음을 검속(檢束)43)하는 물사(物事)44)이니 시 · 청 · 언 · 동(視聽言動)이 모두 천리의 당연한 법칙을 따르며 동용 · 주선(動容周旋)45) 전부 절문(節文)에 맞으면 이에 심덕(心德)이 온전하여 의(義)와 지(智)가 그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안자(顔子)46)는 한 번 성인의 교훈을 듣고 그것을 담당(擔當)하여 용감히 나아가 곧 천성을 회복하였으니, 이것이 유독 호학(好學)47)이라고 칭찬하신 소이(所以)입니다.

작은 나라 사람의 소견이 고루(孤陋 : 편협하고 막힌 것)하여 다만 정 · 주(程朱)의 학설만 고수할 뿐이고 달리 더 부연(敷衍)할 만한 도리(道理)가 없으니, 비록 정주의 과구(과臼 : 구덩이 형식)에 구애(拘碍)받지 않으려고 하여도 되지를 않습니다.

 이제 밝은 물으심을 인하여 분비(憤비)를 계발(啓發)48)할 수 있게 되었으니 놀라움과 감사함의 지극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중국 성리학의 세계에는 반드시 정주를 계승하여 일어난 사람이 있을 터인데, 지금 사론(士論)이 그 도통(道統)49)을 이을 수 있다고 추허(推許)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원컨대 고명(高明 : 학덕이 높은 귀하)의 가르치심을 받아 좌정의 의문(坐井之疑)50)을 제거하였으면 합니다.

 

< 주 >

39) 심지덕 애지리(心之德愛地理)는 인(仁)에 대한 주자의 대표적인 해석으로 「맹자」 양혜왕(梁惠王)상 '亦有仁義而已矣'주석에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율곡이 특히 심지전덕(心之全德)이라고 한 것은, 심지덕이라고 하면 오히려 일덕(一德)을 말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복례위인(復禮爲人)의 인은 의·예·지를 포함한 전덕임을 밝히기 위한 것이다.

40) 「논어」 학이(學而)편, 禮之用和爲貴 조문에서 주자가 천리의 절문이요 인사의 의칙(天理之節文 人事之儀則)이라고 예를 풀이한 것이 보인다.

41) 여기서는 기(己)란 자기의 사욕을 이름이니, 극기란 이성(理性)으로 자기의 사욕을 눌러 이기는 것이다.

42) 몸의 동작 위의를 정제하게 하고 마음을 순수전일하게 갖는 것이다.

43) 몸과 마음을 방사(放肆)하지 않고 검제단속(檢制團束)하는 것.

44) 절문과 의칙 등 예의 사물적(事物的)인 면을 이른 말, 비례물시(非禮勿視) 등 네 가지를 사물(事物)이라고 하니 극기복례하는 실공요목(實功要目)이다.

45) 동작용의(動作容儀)와 진퇴주선(進退周旋)을 이름이니, 「예기」와 「맹자」에 나타난다.

46) 안자는 공자의 수제자로 아성(亞聖)의 자질을 가지고, 극기복례와 박문약례(博文約禮)의 공부를 성취하여 미구에 성인 지위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32세의 나이로 죽으니, 공자는 천상사문(天喪斯文)을 이르며 애통하였다. 안자의 공부 방법은 유학의 정통을 얻은 것이라 하여 정주(程朱)에 의하여 이어지고 있다.

47) 노(魯) 나라 애공(哀公)이 제자 중에 누가 호학(好學)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안회(顔回)가 호학하여 불천노 불이과(不遷怒不二過) 하였는데, 불행히 명(命)이 짧아 일찍 죽었다고 하였다.

48) 학문을 힘쓰는 학자가 어떤 문제에 대해서 연구를 쌓아 통달할 듯하면서도 아직 융석활연(融釋豁然)하지 못한 상황을 분비라 하고 이를 계발 통달하게 하여주는 것을 계발이라 한다. 「논어」 술이(述而)편에 '不憤不啓 不排不發'이라 보인다.

49) 유학의 계통, 성인(聖人)의 도를 전한 사람. 요·순(堯舜), 우·탕(禹湯). 문·무(文武) 주공(周公)·공·맹(孔孟) 같은 성인.

50) 우물 안에 사는 개구리가 다른 세계를 의심하는 것, 자신의 식견이 보잘 것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이 글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온 '율곡전서'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