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책(天道策)

 

이 글은 율곡이 23세(명종 13년) 때 겨울에 있었던 별시(別試)에서 장원 급제한 글로써, 천도책(天道策)이란 천문, 기상의 순행과 이변 등에 대한 책론이며 여기서 책(策)이란 과거 시험 문제의 한 종류로 사안을 질문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술토록 하는 형식을 말한다. 율곡 철학사상의 기틀은 이때 이미 갖추어졌으며, 주자나 퇴계가 그 학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과는 달리, 율곡은 시종일관하였다.

문(問)

천도(天道)는 알기도 어렵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하늘에 달리어 하루 낮 하루 밤을 운행하는데 더디고 빠름이 있는 것은 누가 그렇게 시키는 것인가?

혹 해와 달이 한꺼번에 나와서 일식월식이 있는 것은 어째서인가?

오성(五星)1)이 씨[緯]가 되고 중성(衆星: 28宿)이 날[經]이 되는 것을 상세히 말할 수 있는가?

경성(景星)2)은 어떤 때에 나타나며 혜패(慧패: 혜성)3)는 또한 어떤 시대에 보이는가?

어떤 이는 만물의 정기가 올라가서 열성(列星)이 된다고 하니 이 말은 또한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 곳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가. 혹은 나뭇가지가 울지 않을 정도로 불기도 하고 혹은 나무가 부러지고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불기도 하여 소녀풍(少女風)4)이 되기도 하며 구모풍(구母風: 태풍)5)이 되기도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구름은 어디에서 일어나며 흩어져 오색이 되는 것은 어떤 감응인가. 혹 연기같으면서도 연기가 아니고 매우 아름다워 부산한 것은 어째서인가?

안개는 무슨 기운이 발한 것이며 적색이 되기도 하고 청색이 되기도 하는 것은 무슨 징조가 있어서인가 혹 황무(黃霧)가 끼어 사방이 보이지 않고 혹 대무(大霧)가 끼어 낮에도 어두운 것은 또한 어째서인가?

천둥우뢰벼락은 누가 주관하는 것이며 그 섬광(閃光)이 번득이고 소리가 두려운 것은 어째서인가?

혹 사람을 벼락치고 혹 물건을 벼락치는 것은 무슨 이치인가?

서리로써 풀을 죽이고 이슬로써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데 왜 서리가 되고 이슬이 되는지 그 까닭을 들을 수 있을까?

남월(南越: 지금의 광동 광서지방)은 땅이 따뜻한데도 6월에 서리가 내려 변괴가 혹심하였으니 그 당시의 일을 상세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는 구름으로부터 내리는 것인데 혹은 짙은 구름이 끼고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은 어째서인가?

신농(神農)때에는 비를 바라면 비가 왔으며 태평한 세상에는 열흘에 한 번씩 1년에 36번의 비가 온다6)하니 천도(天道)도 또한 선인(善人)에게만 사사로이 후하게 하는 것이 있는가?

혹 군사를 일으키자 비가 내리고 혹은 옥사를 결단하자 비가 내린 것은 어째서인가?

초목의 꽃은 다섯 잎이 대부분인데 설화(雪花: 눈꽃)만이 유독 6각인 것은 어째서인가?

와설(臥雪)입설(立雪)영빈(迎賓)방우(訪友)의 일을 또한 누누히 말할 수 있겠는가?

우박[雹]은 서리도 아니고 눈도 아니니 무슨 기운이 모인 것인가? 그 크기가 혹은 마두(馬頭)만하고 혹은 계란만 하여 사람이나 새나 짐승을 죽인 것은 어떤 시대에 있었던 일인가?

천지가 만상(萬象: 만물)에 대하여 각각 기(氣)가 있어서 그렇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일기(一氣)가 유행하여 흩어져서 만수(萬殊)가 되는 것인가?

혹 상도(常道)와 위반되는 것은 천기(天氣)가 어그러져서인가? 인사(人事)가 잘못되어서인가?

어떻게 하면 일식 · 월식이 없고 성신(星辰)이 궤도를 잃지 않으며, 우뢰에서 벼락이 생기지 않고, 서리가 여름에 내리지 않으며, 눈과 우박이 재앙이 되지 않으며, 심한 바람과 음우(淫雨: 지루하게 내려 곡물을 해치는 비)가 없이 각각 그 순서를 따라 마침내 천지가 제 자리에 바로 서고 만물이 잘 자라나게 될까? 그러한 도리는 어디에서 말미암는 것인가?

제생은 널리 경사(經史: 경전과 사서)에 통달하였으니 반드시 이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 마음을 다하여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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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

1) 목성(木星) · 화성(火星) · 토성(土星) · 금성(金星) · 수성(水星). 이 다섯별은 모두 하늘에서 우행(右行)하고 28수(宿)는 하늘에 부착하여 동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28수를 경성(經星)이라 하고 5성을 위성(緯星)이라 한다. 《左氏 襄公 28 歲在星紀 疏》

2) 경사스러운 별로 바로 덕성(德星)을 이름이다. 그 모양이 일정치 않고 도가 있는 나라에 나타난다고 한다. 《史記 天官書》

3) 혜성(彗星)이다. 이는 경성의 반대말로 요성(妖星)이다. 꼬리에 긴 광망(光芒)이 있고 태양 주위의 궤도를 운행하는 별이다. 《公羊 文 14》

4) 비가 오려고 할 때 솔솔 부는 바람. 중국 삼국시대에 점을 잘치는 관 로(管輅)라는 사람이 있었다. 삼국지에도 조조(曹操)의 물음에 점결한 것이 있다. 이 때 청하태수(淸河太守)는 가뭄이 심하여 언제쯤 비가 오겠나 물었다. 로는 말하기를 '수상(樹上)에는 이미 소녀미풍이 있고 수간(樹間)에는 음조(陰鳥)가 화락하게 울고있으며 또 소남풍이 일어나고 뭇새가 함께 날고 있으니 지금 그 조응(兆應)이 이르렀다.'고 하더니 얼마 안 가서 비가 왔다고 한다. 《魏志 管輅傳 注》

5) 태풍의 어머니라는 말이니 동서남북 어느 바람이 될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아뭏든 태풍을 이르니 대략 7월경에 있다고 하였다. 《南越志》

6) 태평시절에는 10일에 한번 정도 비가 오니, 계산하면 1년에 36번이 된다. 《太平御覽 天部雨》

 

(이글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나온 '율곡전서'를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