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첩(九容帖)에 대한 발문(跋文)

 

구용(九容)이란 군자(君子)가 그 몸가짐을 단정히 함에 있어 취해야 할 9가지 자세로서, 율곡(栗谷)의 《격몽요결(擊蒙要訣)》에 나오는 말이다.

1. 경거(輕擧)하지 않는다[足容重].

2. 단정하여 망동(妄動)하지 않는다[手容恭].

3. 정면을 바로 보고 곁눈질을 하지 않는다[目容端].

4. 필요하지 않을 때는 입을 다문다[口容止].

5. 목소리를 가다듬고 기침·재채기 등 잡소리를 내지 않는다[聲容靜].

6. 고개를 똑바로 하여 한편으로 기울지 않도록 한다[頭容直].

7. 호흡을 조절하여 엄숙한 태도를 견지한다[氣容肅].

8. 중립불의(中立不倚)하여 점잖은 태도를 갖는다[立容德].

9. 안색을 정제하고 태만한 기색을 나타내지 않는다[色容莊].

 

"하늘이 뭇 백성을 나으시니 사물이 있음에 법칙이 있도다"78) 하였으니 사물은 있는데 법칙이 없으면 사물은 사물이 아니다.

「예기(禮記)」옥조(玉藻)편의 구용(九容)은 일신의 법칙이다.

발(足)이 무겁지 않으면 발이 아니고, 손(手)이 공손하지 않으면 손이 아니다.

머리 · 눈 · 입 · 코 · 소리 · 빛깔(頭目口鼻聲色)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진실로 그 법칙을 어긴다면 비록 그 물체가 있더라도 실상은 귀가 먹고 눈이 멀고 지체(肢體)가 결함 손상된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 반드시 각기 그 법칙을 따른 뒤에야 천형(踐形)79)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한치의 살도 소중하게 여겨 손가락 하나가 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반드시 깊이 근심하고 은근히 아파하여 기어코 펴고 난 뒤에 라야 그만 두지만, 이에 일신의 법칙에 대해서는 깊이 이해하지 않고 그저 눈멀고 귀먹고 결함되고 손상된 대로 내맡겨 두고 아무런 근심도 하는 일이 없으니 아! 슬프다.

나의 벗 정 계함(鄭季涵:송강 정 철의 자)이 청송(聽松:성 수침의 호)선생이 쓰신 구용첩을 얻어 병풍 위에 걸어놓고 조석으로 완미(玩味)하며 나에게 발어(跋語)를 요구하니 또한 법칙을 따르는 방법에 반성함이 있는 것인가 한다.

진실로 능히 구용을 따라 일삼아 털끝 만큼도 법칙에 어긋남이 없이하면 점점 길들여 익숙해져서 기거동작(起居動作)이 자연히 예절에 맞게 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도 또한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히 먼저 힘써야 할 것을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가상한 일인 것이다.

다만 생각컨대, 계함은 때때로 주곤(酒困)80)이 됨을 면하지 못하니, 우뚝히 앉아 정신이 멍청할 즈음에 혹시라도 구용이 법칙을 잃지나 않았는가.

계함의 현명함으로는 오히려 충분히 이를 알 것이다.

 

< 주 >

78) 「시경」대아(大雅) 증민(烝民)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79) 형색(形色)은 기질이니 기질에는 유물 유칙의 법칙 즉 자연의 이치를 갖추고 있다. 성인이나 범인이나 형색을 떠나서 있을 수 없으나 이 법칙을 다하는 것은 성인만이 능한 일이 니, 형색을 천도대로 천행(踐行)하여 그 본분을 다하는 것을 천형이라고 한다.《孟子 盡心 上》

80) 술에 취하여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 글자 그대로 술에 곤난을 당하는 것이다. 《論語 子罕》